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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 그렇지 않아도 ..
by 찾는이 at 07/10 그리고, 이 글 퍼가네^.. by bloom at 07/09 잘 지내시나? 한동안 여기.. by bloom at 07/07 이승환님/ 제 글을 기다.. by 찾는이 at 06/21 간만입니다, 글 좀 자주.. by 이승환 at 06/21 "생뚱맞게 창의적"^^ .. by 찾는이 at 06/20 저희 아이는 학원 교육을.. by 덧말제이 at 06/20 WonGon/ 반갑다^^ 이.. by 찾는이 at 03/16 교수님 안녕하세요~ 작.. by WonGon at 03/15 비공개양/ 뜻밖이네. 반.. by 찾는이 at 03/09 |
어렸을 적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귀국한 지 4년. 오랜만에 가슴으로 읽히는 시집을 대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의 시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 다가왔다. 적지 않은 세월을 격조하고 다시 집어든 그의 시는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감당하고 있었고, 이제는 내 가슴을 어루만지며 그 온기를 내 몸 속에 전달었다. “사진은 계속 웃고 있더구나, 이 드러낸 채.” “계속”이란 단어가 절묘하다. 영정 사진 속에 웃고 있는 친구의 모습. 그 사진이 놓인 자리는 그의 삶이 끝났음을 의미하지만 “계속” 웃는다는 표현으로 인해 그 단절감에 혼란이 온다. 부고와 함께 실린 사진에서 아버지는 유난히 환하게 웃고 계셨다. 그 사진으로 인해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빈소를 나서는 시인을 이팝나무가 가로막는다. 하얀 밥풀 같은 꽃을 활짝 피운 채.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것 더 먹고 가라!” “이거였니, 감각들이 온몸에서 썰물처럼 빠질 때 네 마지막으로 느끼고 본 게, 참을 수 없을 만큼? 동체(胴體) 부듯 욕정이 치밀었다.” 이 구절 역시 절묘하다. 혼이 육체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썰물로 그려진 다음 순간, 그것은 다시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가속도를 내다가 땅에서 바퀴를 떼고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모습과 겹쳐지며, 그것이 다시 지상에서의 생의 강렬한 욕구와 겹쳐지는 구절이다. 시의 첫머리에서 죽음은 “그동안 지탱해준 내장 더 애먹이지 말고 / 예순 몇 해 같이 살아준 몸의 진 더 빼지 말고 / 슬쩍” 내빼는 것으로, 즉 육체의 에너지를 더 이상 소진하지 않고 물러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한 죽음을 목도한 순간,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엔진의 회전수를 높이다가 마침내 지상에서 허공으로 도약하듯 강렬한 “욕정”을 느낀다는 것은, 너무나 그럴 듯한 역설이다. 내가 이만큼 참을 수 없는 삶의 “욕정”을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이팝나무에 가득 핀 꽃, 그것도 밥풀 모양의 꽃이 주는 생의 육체성과, 시들어가는 육체로부터 “썰물처럼” 빠져나간 혼의 정신성은 여기서 교차되며 합쳐진다. 이렇게 되면 죽는다는 것은 그저 이편에서 저편으로, 꽃이 가득 피어 “환한 어둑발” 속으로 한 걸음 내어딛는 것이 된다.
황동규, "참을 수 없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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